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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후엠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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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플로리스트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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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삼총사

웃을 때도 花 花 花

발레·경영·미술… 전공은 달라도 "함께 일하자" 뭉쳐

각자 일 나눠맡아 "한국 고유 꽃꽂이 세계에 알릴게요"

바야흐로 ‘직업혁명’ 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직업은 종합상사의 비서나 교사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 매니저, 바리스타, 보태니컬 아티스트, 투어 컨덕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 동네에서 자란 한혜원(27), 우영원(28), 이성미(28)씨는 ‘꽃’으로 뭉쳐 취업 대란 속 틈새 시장을 뚫고 있다. 이들의 직업은 요즘 한창 관심을 끌고 있는 ‘플로리스트’(Florist·꽃장식가)다. 플로리스트란 플라워(Flower)와 아티스트(Artist)의 합성어. 그냥 꽃다발을 포장하거나 꽃꽂이만 하는 게 아니라 파티나 행사의 꽃장식에서부터 웨딩 부케 디자인, 매장 꽃장식 등 꽃에 관한 대부분의 것을 다룬다.

소꿉친구 삼총사의 첫 출발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지난 봄 강남의 한 커피점에 모여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놀았어요. 그때 우리 셋 중 누군가가 ‘이렇게 젊을 때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게 아니라 같이 일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성미씨)

커피점에서의 ‘도원 결의’ 이후 이들은 “무슨 사업을 할까” 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고민했다. 마침 영원씨와 혜원씨가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학교’에서 꽃장식을 배우고 돌아온 참이었다. 유학 경험을 십분 살려 사업 아이템을 ‘꽃’으로 정했다. 성미씨는 정식으로 꽃을 배우진 않았지만 대학 때 전공인 도자기 공예 실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꽃을 꽂는 화기(花器)를 직접 구워 만들면 독특하고 개성이 넘칠 테니 다른 꽃가게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들의 작은 꿈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랄로’라는 꽃가게를 열면서 열매를 맺었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공간 마련이었다. “주위 친척분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회사에서 창고로 쓰는 공간을 무료로 빌려줬어요.”(영원씨)

사무실을 확보한 다음엔 회사를 알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입소문을 내는 게 급선무였다. 성미씨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주위 이웃이나 친구 등 20여명을 매장으로 초청해 무료 꽃수업을 펼친 것.

“아무래도 처음이니깐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잖아요. 두 번 정도 강의를 마치고 나서부터 ‘돈 내고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왔어요.”

꽃수업 수강생이 늘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는 주문을 따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연히 C탤런트의 팬클럽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친구한테 들었어요. 당장 팬클럽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지요. ‘C씨에겐 황금빛 색상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우리가 C씨에게 잘 어울리는 꽃으로 실내를 꾸밀 수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고 아주 구체적으로 적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영원씨)

‘실력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가라오케에서부터 학원, 옷집, 일반가정집까지 고객층도 무척 다양하다.

‘랄로’ 삼인방 중 가장 꽃과 가깝게 살아온 사람은 영원씨였다. 어머니가 꽃 수입 관련 일을 했기 때문이다. 단국대 경제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2년간 꽃 공부를 했다.

혜원씨는 선화예중·고를 거쳐 성균관대 무용학과에 이르기까지 발레로 한 우물을 판 꿈 많은 소녀였다. 수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혜원씨는 영원씨와 함께 주말마다 우리나라의 양재동 꽃시장과 같은 뉴욕의 맨해튼 28번가를 누비며 ‘꽃’을 마음에 담았다. 혜원씨는 올 초 한국으로 돌아와 강남의 한 꽃집에서 반년간 실무를 익혔다.

삼총사 중 유일한 주부인 성미씨는 숙대 공예과 출신이다. 다른 매장에선 결코 구할 수 없는 식기, 조명 등 아기자기한 파티 소품이 많은 건 모두 성미씨 덕분이다. 그는 “시장에서 사온 소품을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예쁘게 가공해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게 바로 우리의 사업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들 삼총사는 “우리는 전공이 발레, 경영, 미술로 가지각색”이라며 “각자의 성격에 맞춰 업무를 나눴기 때문에 오히려 일하기엔 편하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잡지와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모으는 건 성미씨 몫이다. 붙임성이 좋아 홍보나 고객 관리도 그가 맡는다. 홍콩, 미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꽃장식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자료를 챙기는 건 영원씨가 한다. 돈 관리는 꼼꼼한 혜원씨가 맡았다.

“보통 꽃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하면 아주 화려하고 우아해 보이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신선한 꽃을 구하려면 새벽 1~2시에 시장에 나가 헤집고 다녀야 해요. 게다가 꽃은 맨손으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농약이 많이 묻어 거칠고 상처투성이에요.” 성미씨가 내민 손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훈장처럼 나 있었다.

요즘은 연말이라서 그런지 하루 3시간 이상은 잘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 삼총사의 앞으로의 꿈은 뭘까?

“외국에선 동양식 꽃꽂이라고 하면 모두 일본의 ‘이케바나’만 떠올려요. 한국에도 분재 등 아름다운 꽃꽂이 전통이 많은데 말이죠. 두고보세요. 우리 셋이 힘을 모았으니 한국 고유의 꽃꽂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조선일보 200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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